전자문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시장이 열린 이후 원격근무, 디지털 접근성, 사이버 보안 등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자문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 교집합에 위치한다. 국내 연간 생산량 425억장에 달하는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함으로써 데이터 활용성과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전환 속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접근성 향상, 사이버 보안 강화 수요도 전자문서 전환에 속도를 붙인다. 지난해 말 개정 시행된 전자문서법과 전자서명법은 전자문서 산업에 날개를 단 형세다.
업계에서는 향후 3년간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전자문서 대표 기업 포시에스는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지난 6월 주가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산 PDF 전문 업체 자유소프트는 디지털 접근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전자문서 솔루션을 개발, 국내 대형 로펌 등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전자문서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 원격근무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공공과 금융 시장에 전자문서 보급이 확대됐다. 전자문서는 종이문서에 비해 법적 효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지난해 말 전자문서법에 법적 효력이 명시됨에 따라 말끔히 해소됐다. 일부 전자문서 업체에는 제품 문의율이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20년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자문서 산업 전체 공급시장 규모는 총 9조2906억원, 국내 전자문서 업체는 약 2947개로 추산됐다. KISA 조사에서 전자문서 시장은 전년 대비 1조623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전자문서 업계에서는 통계 조사의 한계가 반영된 수치일 뿐 실제 시장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문서 사업을 오랜 기간 영위해 온 기업이나 노하우를 쌓아 온 기업은 지난해 매출이 늘어났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실태조사와 다르게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전자문서 산업은 크게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 △전자문서 관리 △전자문서 교환 업종으로 구분한다. 종이문서를 전자화하기 위한 업종, 전자문서를 관리·보관하기 위한 업종, 외부와 전자문서를 교환하기 위한 소프트웨어(SW) 개발사 등 다양하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전자문서 산업 활황을 맞아 회원사가 전년 대비 8% 늘어났다. 한글과컴퓨터, 카카오페이 등 대기업도 전자문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회원사로 가입했다. 전자문서를 단순히 사후 관리 측면이 아닌 생성 단계에서부터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와 전자지갑 등 모바일을 활용한 공인전자문서중계 사업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공인전자문서중계자로 지정받았다. 모바일 전자고지에 대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임시 허가를 취득, 이를 바탕으로 행정·공공·금융 기관의 전자우편과 청구서, 안내문 등을 모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전자문서 누적 발송량 9000만건을 기록했다. 연간 고지서 제작과 발송에 소요되는 비용 450억원을 절감했다. 이로써 지난해 절감한 종이량은 9000만장, 절약한 물은 9억리터(L)에 달하며, 절감한 탄소 배출량은 약 270만kg으로 집계됐다. 30년생 나무(그루당 종이 1만장) 9000그루를 보호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비대면 전환, 전자문서 시대 열어
코로나19는 종이문서 위주 업무 관행을 반강제적으로 바꿔 놨다. 재택 등 원격근무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종이문서로는 협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무 절차가 비대면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기존에 종이문서를 고집하던 기관과 기업에서도 전자문서 채택률이 빨라졌다.
포시에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민간 곳곳에 전자문서 솔루션 공급을 늘리고 있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전자문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서도 근로계약, 인사, 총무 등 일반 계약을 위해 종이문서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사내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등 대기업에서부터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시에스는 국내 한 대기업에 온프레미스형(설치형) 전자문서 솔루션을 공급했다.
중소기업 시장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통해 전자문서 솔루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전자문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곳곳에서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면서 “경쟁 서비스도 많이 등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외 시장 '들썩'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문서 비즈니스 모델과 솔루션 경쟁을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은 “전자문서가 기업에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정착하려면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고려한 디지털화 전략과 실행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회원사 간 경쟁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두는 전자문서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일반 국민 접점을 넓히기 위한 사업도 펼친다. 현장 기업, 소비자, 고객 등 사회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전자문서 비즈니스 콘퍼런스(DBCon)'를 9월 개최했다. 이를 통해 비대면 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 산업이 전자문서라는 인식을 확산했다는 평가다.
악어디지털은 전자문서법 개정 이후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인공지능(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솔루션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OCR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 시장에 법인을 설립,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 일본 OCR 시장은 지난해 509억엔(약 539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악어디지털 관계자는 “일본은 스캔된 이미지에 전자서명하는 것만으로 파쇄 요건을 충족하고 저장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면서 “OCR 분야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에 비해 AI OCR를 필두로 시장 성장이 가파르다”고 말했다.
비대면 업무 확산으로 문서 전자화에 대한 국내 문의와 정기 고객사 수도 증가했다. 악어디지털은 국가기관, 대기업, 병·의원 등 다양한 고객사에 문서 전자화 작업 계획과 프로세스를 제안, 수행해 왔다.
악어디지털 관계자는 “지난해 전자문서법 개정에 따라 RPA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국내 문서 전자화 시장에서 선두 입지를 굳히고 추후 공인전자문서센터(공전소)와 다양한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외계층 디지털 접근성 향상
전자문서는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이점도 있다. 종이문서 위주 업무 환경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문서 작업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문서가 전자화되면 시각장애인도 문서에 불편 없이 접근하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문서 내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 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태그를 달아주는 기능 등 PDF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자유소프트는 시각장애인이 문서를 열람할 때 접근성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SW를 개발했다. 자유소프트 접근성랩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한혜경씨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활동이 많아진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디지털 시대 시각장애인이 소외받지 않도록 접근 가능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보안 강화 효과도
사이냅소프트는 '바로보기'를 제공하는 문서뷰어 솔루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바로보기는 문서를 다운로드하지 않고 이용하는 화면에서 즉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악성코드 감염이 대부분 다운로드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로보기는 이용자 사이버 위협을 최소화하는 기능으로 평가된다.
바로보기는 협업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 문서를 다운로드하는 것을 차단, 외부 유출을 방지한다. 이 같은 강점에 힘입어 알서포트, 토스랩, 코비젼 등 협업 툴 제공업체를 중심으로 문서뷰어 솔루션 적용이 확대됐다. 원격 협업 시 실시간 소통이 중요한 만큼 문서 바로보기 서비스를 통해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사이버위협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 바로보기는 디지털 접근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예를 들어 고령층의 경우 문서를 다운로드받은 뒤 열어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전자문서가 제공하는 보안성과 접근성 이점은 교육계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아 왔다. 사이냅소프트가 제공하는 '사이냅 문서뷰어'는 전국 13개 광역시도 8600개 초·중·고교 홈페이지에 기본 기능으로 탑재돼 있다.
◇타 산업 대비 관심 빈약은 약점
전자문서 시장 성장 모멘텀이 강해지려면 한계도 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문서 전자화 속도가 빨라졌지만 일부 산업에선 여전히 종이문서 선호도가 강하다. 정부에서 전자문서 산업을 개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타개해야 할 과제다.
일례로 전자문서 산업 실태조사는 2010년 시작된 이래 2018년에 이르러서야 통계청에 의해 정식 산업 통계로 승인됐다. 전자문서 산업이 국가 정식 데이터로 인정된 시기가 약 3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문서 산업은 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도 별도로 반영되진 않았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관계자는 “전자문서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공전소 지정 등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전자문서에 관한 신뢰성과 법적 효력 등 법과 제도적으로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축적된 종이문서를 폐기할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종이문서가 대거 축적된 금융권은 과거 스캔 절차가 전자화 작성 단계로 인정받지 못해 종이문서를 스캔하고도 폐기하지 못하는 상태다. 정부가 업체별로 이뤄진 스캔을 전자화 고시에 따른 공정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해석이 명확하게 마련돼야만 공전소 활성화 등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 업무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면 관리와 보안성 측면에서 우월하지만 기존 기업 관점에서 보면 종이문서로 써도 별 지장이 없어 미적미적하는 상황”이라면서 “업계 기대치에 비해 전자문서 전환 속도는 조금 더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자문서 시장이 이제 열리기 시작한 만큼 2~3년 후에는 실적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별 단가가 낮기 때문에 시장 전체 규모가 커져야 매출도 어느 정도 올라올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눈앞의 매출보다는 전자문서 기술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문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시장이 열린 이후 원격근무, 디지털 접근성, 사이버 보안 등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자문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 교집합에 위치한다. 국내 연간 생산량 425억장에 달하는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함으로써 데이터 활용성과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전환 속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접근성 향상, 사이버 보안 강화 수요도 전자문서 전환에 속도를 붙인다. 지난해 말 개정 시행된 전자문서법과 전자서명법은 전자문서 산업에 날개를 단 형세다.
업계에서는 향후 3년간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전자문서 대표 기업 포시에스는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지난 6월 주가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산 PDF 전문 업체 자유소프트는 디지털 접근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전자문서 솔루션을 개발, 국내 대형 로펌 등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전자문서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법 개정이 맞물리면서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 원격근무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공공과 금융 시장에 전자문서 보급이 확대됐다. 전자문서는 종이문서에 비해 법적 효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지난해 말 전자문서법에 법적 효력이 명시됨에 따라 말끔히 해소됐다. 일부 전자문서 업체에는 제품 문의율이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20년 전자문서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자문서 산업 전체 공급시장 규모는 총 9조2906억원, 국내 전자문서 업체는 약 2947개로 추산됐다. KISA 조사에서 전자문서 시장은 전년 대비 1조623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전자문서 업계에서는 통계 조사의 한계가 반영된 수치일 뿐 실제 시장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문서 사업을 오랜 기간 영위해 온 기업이나 노하우를 쌓아 온 기업은 지난해 매출이 늘어났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실태조사와 다르게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전자문서 산업은 크게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 △전자문서 관리 △전자문서 교환 업종으로 구분한다. 종이문서를 전자화하기 위한 업종, 전자문서를 관리·보관하기 위한 업종, 외부와 전자문서를 교환하기 위한 소프트웨어(SW) 개발사 등 다양하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전자문서 산업 활황을 맞아 회원사가 전년 대비 8% 늘어났다. 한글과컴퓨터, 카카오페이 등 대기업도 전자문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회원사로 가입했다. 전자문서를 단순히 사후 관리 측면이 아닌 생성 단계에서부터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와 전자지갑 등 모바일을 활용한 공인전자문서중계 사업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공인전자문서중계자로 지정받았다. 모바일 전자고지에 대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임시 허가를 취득, 이를 바탕으로 행정·공공·금융 기관의 전자우편과 청구서, 안내문 등을 모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전자문서 누적 발송량 9000만건을 기록했다. 연간 고지서 제작과 발송에 소요되는 비용 450억원을 절감했다. 이로써 지난해 절감한 종이량은 9000만장, 절약한 물은 9억리터(L)에 달하며, 절감한 탄소 배출량은 약 270만kg으로 집계됐다. 30년생 나무(그루당 종이 1만장) 9000그루를 보호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비대면 전환, 전자문서 시대 열어
코로나19는 종이문서 위주 업무 관행을 반강제적으로 바꿔 놨다. 재택 등 원격근무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종이문서로는 협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무 절차가 비대면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기존에 종이문서를 고집하던 기관과 기업에서도 전자문서 채택률이 빨라졌다.
포시에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민간 곳곳에 전자문서 솔루션 공급을 늘리고 있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전자문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서도 근로계약, 인사, 총무 등 일반 계약을 위해 종이문서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사내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등 대기업에서부터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시에스는 국내 한 대기업에 온프레미스형(설치형) 전자문서 솔루션을 공급했다.
중소기업 시장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통해 전자문서 솔루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전자문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곳곳에서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면서 “경쟁 서비스도 많이 등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외 시장 '들썩'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문서 비즈니스 모델과 솔루션 경쟁을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김성규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은 “전자문서가 기업에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정착하려면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고려한 디지털화 전략과 실행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회원사 간 경쟁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두는 전자문서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일반 국민 접점을 넓히기 위한 사업도 펼친다. 현장 기업, 소비자, 고객 등 사회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전자문서 비즈니스 콘퍼런스(DBCon)'를 9월 개최했다. 이를 통해 비대면 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 산업이 전자문서라는 인식을 확산했다는 평가다.
악어디지털은 전자문서법 개정 이후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인공지능(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솔루션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OCR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 시장에 법인을 설립,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 일본 OCR 시장은 지난해 509억엔(약 539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악어디지털 관계자는 “일본은 스캔된 이미지에 전자서명하는 것만으로 파쇄 요건을 충족하고 저장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면서 “OCR 분야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에 비해 AI OCR를 필두로 시장 성장이 가파르다”고 말했다.
비대면 업무 확산으로 문서 전자화에 대한 국내 문의와 정기 고객사 수도 증가했다. 악어디지털은 국가기관, 대기업, 병·의원 등 다양한 고객사에 문서 전자화 작업 계획과 프로세스를 제안, 수행해 왔다.
악어디지털 관계자는 “지난해 전자문서법 개정에 따라 RPA 사업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국내 문서 전자화 시장에서 선두 입지를 굳히고 추후 공인전자문서센터(공전소)와 다양한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외계층 디지털 접근성 향상
전자문서는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이점도 있다. 종이문서 위주 업무 환경에서는 시각장애인이 문서 작업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문서가 전자화되면 시각장애인도 문서에 불편 없이 접근하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문서 내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 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태그를 달아주는 기능 등 PDF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자유소프트는 시각장애인이 문서를 열람할 때 접근성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SW를 개발했다. 자유소프트 접근성랩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한혜경씨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활동이 많아진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디지털 시대 시각장애인이 소외받지 않도록 접근 가능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보안 강화 효과도
사이냅소프트는 '바로보기'를 제공하는 문서뷰어 솔루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바로보기는 문서를 다운로드하지 않고 이용하는 화면에서 즉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악성코드 감염이 대부분 다운로드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로보기는 이용자 사이버 위협을 최소화하는 기능으로 평가된다.
바로보기는 협업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 문서를 다운로드하는 것을 차단, 외부 유출을 방지한다. 이 같은 강점에 힘입어 알서포트, 토스랩, 코비젼 등 협업 툴 제공업체를 중심으로 문서뷰어 솔루션 적용이 확대됐다. 원격 협업 시 실시간 소통이 중요한 만큼 문서 바로보기 서비스를 통해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사이버위협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 바로보기는 디지털 접근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예를 들어 고령층의 경우 문서를 다운로드받은 뒤 열어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전자문서가 제공하는 보안성과 접근성 이점은 교육계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아 왔다. 사이냅소프트가 제공하는 '사이냅 문서뷰어'는 전국 13개 광역시도 8600개 초·중·고교 홈페이지에 기본 기능으로 탑재돼 있다.
◇타 산업 대비 관심 빈약은 약점
전자문서 시장 성장 모멘텀이 강해지려면 한계도 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문서 전자화 속도가 빨라졌지만 일부 산업에선 여전히 종이문서 선호도가 강하다. 정부에서 전자문서 산업을 개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타개해야 할 과제다.
일례로 전자문서 산업 실태조사는 2010년 시작된 이래 2018년에 이르러서야 통계청에 의해 정식 산업 통계로 승인됐다. 전자문서 산업이 국가 정식 데이터로 인정된 시기가 약 3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문서 산업은 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도 별도로 반영되진 않았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관계자는 “전자문서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공전소 지정 등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전자문서에 관한 신뢰성과 법적 효력 등 법과 제도적으로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축적된 종이문서를 폐기할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종이문서가 대거 축적된 금융권은 과거 스캔 절차가 전자화 작성 단계로 인정받지 못해 종이문서를 스캔하고도 폐기하지 못하는 상태다. 정부가 업체별로 이뤄진 스캔을 전자화 고시에 따른 공정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해석이 명확하게 마련돼야만 공전소 활성화 등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 업무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면 관리와 보안성 측면에서 우월하지만 기존 기업 관점에서 보면 종이문서로 써도 별 지장이 없어 미적미적하는 상황”이라면서 “업계 기대치에 비해 전자문서 전환 속도는 조금 더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자문서 시장이 이제 열리기 시작한 만큼 2~3년 후에는 실적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개별 단가가 낮기 때문에 시장 전체 규모가 커져야 매출도 어느 정도 올라올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눈앞의 매출보다는 전자문서 기술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